스케치북이 내 창작 생활을 바꾼 이야기

적당한 그램 수의 종이가 내 인생을 바꿀 줄은 몰랐다.

지난 주말, 또 한 번 스케치북을 산 나는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200gsm이 뭐길래 나는 엄청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그저 두꺼워 보여서 샀던 거였다. 필름지나 트레이싱지 같은 얇은 종이에 그리다가 물감이 번지고, 펜이 비쳐서 뒷면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니까 어느 날부터 gsm(그램스퀘어미터)이라는 용어를 검색해보게 됐다. 디시인사이드에서 검색해보니 나 같은 사람들이 많더라. 사람들은 다양한 gsm에 자기만의 취향이 있었다.

그렇게 손에 들어온 스케치북을 통해 나의 창작 시간은 훨씬 더 즐거워졌다. 그림을 그리는 것뿐만 아니라 글쓰기, 메모, 플래닝까지 – 내 일상은 스케치북 위에서 표현되었다. 오늘은 그 과정에서 내가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나누려 한다.

종이의 무게, 그램(gsm)이 왜 중요할까?

종이의 두께와 질감은 우리의 창작 경험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내가 처음 이걸 알게 된 건 인스티즈에서 본 아트 관련 글이었다. 그때까지 종이는 그냥 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티스트들이 진지하게 토론하는 걸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종이의 무게는 gsm(gram per square meter)으로 측정되는데, 이 수치가 높을수록 종이가 두껍고 튼튼하다. 80gsm은 일반 복사용지 정도, 90120gsm은 노트용지, 160200gsm은 드로잉용, 300gsm 이상은 수채화나 아크릴 작업용으로 적합하다. 내 경험으로는 200gsm이 다용도로 가장 쓰기 좋았다.

처음에는 더 비싼 스케치북을 사기가 망설여졌다. 하지만 값싼 종이에 그리면 펜이 번지거나 마커가 뒷장까지 비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런데 200gsm 정도의 스케치북에 그리니 이런 걱정이 사라지고, 훨씬 다양한 기법을 시도해볼 수 있게 되었다.

스케치북을 고를 때 무게(gsm) 외에도 고려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종이의 결(grain)은 물을 사용하는 작업에서 중요한데, 콜드 프레스드(Cold Pressed)는 약간의 질감이 있어 수채화에 좋고, 핫 프레스드(Hot Pressed)는 매끄러워서 디테일한 작업에 좋다. 그리고 제본 방식도 중요한데, 스프링 제본은 페이지를 완전히 펼칠 수 있어서 편리하고, 하드커버 바운드는 보관이 용이하다.

더쿠에서도 이런 주제로 대화가 오가는 걸 봤는데, 아주 디테일한 팁들이 있더라.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을 통해 나도 내 스타일에 맞는 스케치북을 찾아가는 재미를 느꼈다.

위 정도의 200g 스케치북은 내가 자주 사용하는 무게와 비슷하다. 두꺼운 종이는 확실히 다양한 재료를 사용할 때 훨씬 안정감이 있다.

스케치북을 통해 배운 나만의 창작 습관

처음 제대로 된 스케치북을 샀을 때, 나는 그 하얀 페이지가 너무 부담스러웠다. 멋진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시작조차 못 하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점차 그 완벽주의를 극복하고, 스케치북을 내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매일 10분이라도 스케치북을 열어 그날의 기분이나 생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글이 될 수도 있고, 간단한 낙서가 될 수도 있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몇 주가 지나자 이 습관이 내 창의력을 높여주는 걸 느꼈다.

디시인사이드의 한 글에서 봤던 팁을 시도해봤다. 바로 ‘모닝 페이지’ 기법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정신이 또렷해지기 전에, 생각나는 대로 3페이지를 채우는 방식이다. 이렇게 무의식적인 생각들을 적다 보면 놀라운 아이디어가 튀어나오기도 했다.

스케치북은 나에게 단순한 종이 뭉치가 아니라 내 생각과 감정을 탐색하는 공간이 되었다. 나는 그림 실력이 뛰어나지 않지만, 그저 선을 긋고 색을 칠하는 과정 자체가 치유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힘든 날에는 스케치북에 감정을 쏟아냄으로써 마음이 가벼워지는 경험을 했다. 가끔은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색과 선으로는 더 쉽게 표현되는 경우가 있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습관은 여행 중에 스케치북을 가져가는 것이다. 사진을 찍는 것보다 그 순간의 분위기나 느낌을 스케치하는 게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어떤 날은 그저 커피숍에 앉아 창밖 풍경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의 추억이 되었다.

내가 찾은 최고의 필기구 조합

스케치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바로 필기구다. 나는 처음에 펜 하나, 연필 한 자루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다양한 필기구를 수집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즐겨 사용하는 조합을 소개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드로잉의 뼈대를 잡을 때는 부드러운 H 또는 HB 연필을 사용한다. 특히 파버카스텔 9000 시리즈는 적당한 경도와 선명함으로 스케치 초보인 나에게 딱 맞았다. 연필로 기초 윤곽을 잡은 후에는 미캐닉 펜슬 0.3mm로 세밀한 부분을 다듬는다.

잉크 작업에는 사인펜과 브러시펜을 주로 사용한다. 사쿠라 피그마 마이크론 펜은 다양한 굵기가 있어 선의 두께를 변화시키기 좋고, 무엇보다 내가 그린 후 위에 수채화를 덧칠해도 번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처음에는 더쿠에서 본 필기구 추천글을 따라 몇 가지만 구매했다. 하지만 점점 필기구에 대한 취향이 생기면서 지금은 내 스타일에 맞는 것들을 골라 쓰게 됐다. 필기구는 정말 개인의 손에 맞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컬러링 작업에는 수채화 물감과 브러시 펜을 번갈아 사용한다. 수채화는 온화하고 자연스러운, 브러시 펜은 선명하고 통제된 색감을 낼 수 있어서 작품의 분위기에 따라 선택한다. 수채화 물감을 사용할 때는 200gsm 이상의 종이가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종이가 구겨지거나 물결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도구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라는 사실이다. 비싼 필기구보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그리는 습관이 실력 향상에 훨씬 더 중요했다.

또 하나 재미있는 발견은, 디지털 드로잉과 아날로그 드로잉을 번갈아 하면 서로 다른 감각을 발달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다가 실제 종이에 그리면 종이의 질감과 펜의 저항감이 새롭게 느껴져서 또 다른 영감을 주곤 했다.

위와 같은 메모리폼 손목 받침대도 장시간 그림을 그릴 때 정말 편하다. 처음에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한번 사용해보니 손목 피로감이 확실히 줄어드는 걸 느꼈다.

스케치북, 그 이상의 의미 - 일상을 기록하는 방법

스케치북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도구를 넘어 내 인생의 다양한 순간을 담는 일기장이 되었다. 한때는 디지털 기기로만 기록했던 나날들이, 이제는 스케치북의 페이지 위에 더 생생하게 남게 되었다.

**매일 밤 그날 있었던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가지를 간단하게 그리거나 적는 습관**을 들였다. 처음에는 그냥 테스트 삼아 시작했는데, 몇 개월이 지난 후 그 스케치북을 다시 펼쳐보니 그 순간들이 생생하게 기억났다.

한 가지 재미있는 시도는 내 기분이나 감정을 색으로만 표현하는 것이었다. 어떤 날은 밝은 노랑과 주황으로 가득 찼고, 또 어떤 날은 차분한 파랑과 보라로 채워졌다. 나중에 이 ‘감정 색상표’를 훑어보면 내 마음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왔다.

또한 여행지에서는 티켓이나 작은 꽃잎 같은 것들을 스케치북에 붙여두곤 했다. 이런 식으로 아트 저널링(Art Journaling)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제는 그날의 기분이나 생각을 글과 그림, 콜라주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 되었다.

스케치북을 통해 발견한 또 다른 즐거움은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이다. 디시인사이드에서 본 ‘스케치북 교환’ 아이디어를 친구들과 시도해봤다. 각자의 스케치북에 한 페이지씩 그림을 그려주는 방식이었는데, 이를 통해 서로의 창의성을 나누고 영감을 주고받는 경험이 특별했다.

그리고 이런 스케치북 모임이 온라인에서도 활발하다는 걸 알게 됐다. 인스타그램에서 #스케치북챌린지 같은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전 세계 사람들의 창작물을 볼 수 있었고, 나도 용기를 내서 내 작품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스케치북이 가져다준 가장 큰 변화는 내가 ‘창작자’라는 정체성을 갖게 된 것이다. 전문 아티스트는 아니지만,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 자체가 창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나는 지하철에서도, 카페에서도, 어디서든 스케치북을 꺼내 그 순간의 감정을 담아낸다.

스케치북으로 내 일상이 달라진 순간들

스케치북을 시작하고 나서 내 일상에는 여러 변화가 생겼다. 가장 큰 변화는 주변 환경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이다. 이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일상의 사소한 것들이 이제는 그림의 소재가 되었다.

출퇴근길에 만나는 나무 한 그루, 카페의 빈티지한 의자, 창문에 맺힌 빗방울까지… 모든 것이 스케치할 가치가 있는 주제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색감과 형태, 질감들이 이제는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특히 LED 데스크 램프를 구매한 후로는 저녁 시간에도 편안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눈의 피로를 줄여주는 조명 덕분에 취미 시간이 더 늘어났다.

위와 같은 LED 스탠드는 내 창작 환경을 크게 개선해줬다. 밝기 조절이 가능해서 시간대나 작업 종류에 따라 최적의 조명을 설정할 수 있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든다.

또한 스케치북 습관은 내가 더 여유롭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었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스케치북을 펼치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그 순간에 집중하게 되었다. 이런 마음챙김(mindfulness)의 효과를 직접 체험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오랜 시간 화면만 보던 내게,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아날로그적 경험은 큰 치유가 되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서 벗어나 실제 종이와 펜을 느끼는 감각이 점점 소중하게 느껴졌다.

하루는 평소처럼 스케치북을 들고 근처 공원에 나갔다. 다양한 꽃과 나무를 그리려고 했지만, 갑자기 그 자연 속에서 느껴지는 평화로움이 너무 좋아서 그저 그 공간을 음미하며 앉아있었다. 나중에 그 순간의 감정을 스케치북에 적었는데, 그것이 내게는 가장 의미 있는 페이지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림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도 많았지만, **스케치북의 가장 큰 가치는 완벽한 결과물이 아니라 그 과정 자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느끼고 보고 경험한 것들을 내 방식대로 표현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의미였다.

이제 내 스케치북은 단순한 종이 묶음이 아니라, 나의 생각과 감정, 경험이 담긴 소중한 기록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이 여정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내게 스케치북은 예술 작품을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동반자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아직 궁금한 점이 있다. 과연 내가 다음 200gsm 스케치북에는 어떤 순간들을 담게 될까? 어떤 새로운 발견과 경험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오늘도 나는 스케치북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