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빠진 3040백수들의 삶과 현실


게임에 빠진 3040백수들의 삶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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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담배 피우러 나가서 출근하는 사람들 보이면, 그 기분이 싫어서 게임에 몰입하게 된다.

어제 새벽 4시, 어린이날 연휴의 마지막 날이었다. 모두가 다음날 출근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나는 여전히 게임 속에 있었다. 담배 한 대를 피우러 베란다에 나갔는데, 이미 출근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 순간 묘한 감정이 밀려왔다.

30대 중반, 장기 백수인 나에게 그 모습은 눈을 피하고 싶은 현실이었다. 담배 한 개비를 급하게 마저 피우고 다시 방으로 들어와 모니터 앞에 앉았다. 이렇게 현실을 피해 게임 속으로 도피하는 내 모습이 낯설지 않다.

연휴 동안 시작한 킹덤컴 딜리버런스 2는 하다가 접었다. 대신 다시 유미아의 아틀리에를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문득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게임 취향은 사람을 비춰주는 거울

중세 리얼리스틱 rpg jrpg 대비 플레이어 실루엣 2d 일러스트

킹덤컴 딜리버런스 2는 초반부터 너무 어려웠다. 11시간을 플레이했지만 1막도 클리어하지 못했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달랑 몸만 던져주고 뭘 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 놓였다.

자유도가 높다는 건 장점이지만, 가이드 없이 방치된 느낌은 불안했다. 결국 CD를 빼고 유미아의 아틀리에를 설치했다. 화면에 밝고 발랄한 여캐들이 뛰어다니고, 목표가 명확하게 제시되는 순간 이상한 안정감이 찾아왔다.

어쩌면 JRPG는 내게 위안을 주는 안전한 공간인지도 모르겠다. 킹덤컴2는 갓겜이라고 불리지만, 끊임없이 도전을 요구하는 게임이었다. 한편 유미아의 아틀리에는 내게 안정감을 주는 예측 가능한 게임이었다.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도전적인 게임을 선호한다. 하지만 내게는 지금의 현실이 이미 충분히 도전적이다. 아마도 게임에서까지 도전과 좌절을 경험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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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말한 게임처럼 게임 선택은 개인적인 취향뿐 아니라 심리 상태까지 반영한다. 어쩌면 내 선택은 나의 현재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인지도 모른다.

30대 백수의 일상과 현실도피

요즘 30대 백수의 특징을 생각해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쓰는 것이 눈치가 보이면서도,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는 현실. 평일에도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밤에는 게임, 낮에는 잠을 자는 생활 패턴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어린이날 연휴, 일하는 사람들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게임만 했다. 휴일이고 뭐고 내게는 모든 날이 같다. 심지어 어린이날에 아직도 어린이 같은 취급을 받는 내 모습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어두운방 게임컨트롤러 실루엣 현실도피 30대 2d일러스트

가끔 새벽에 담배를 피우러 밖에 나가면,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과 마주친다. 그들의 분주한 모습을 볼 때마다 묘한 죄책감이 든다. 그 ㅈ같은 기분을 피하기 위해 더욱 게임에 몰입하게 된다. 현실도피라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악순환이다.

한때는 활발했던 길드도 이제는 길드장을 포함해 대부분이 접속하지 않는다. 파티창도 두어 개 남아있을 뿐이다. 대목이라는 어린이날 연휴에도 게임이 이렇게 한산한 것을 보면 내가 즐기던 게임도 위기인 것 같다.

사람들은 그래도 게임이라도 있어 다행이라고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현실에서 성취감을 얻지 못하는 나에게 게임은 유일한 도피처이자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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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링크의 제품은 내 방에 있는 것과 비슷한 게이밍 의자다. 수년간 하루 10시간 이상을 앉아 있다 보니 의자의 중요성을 몸소 느끼게 됐다.

게임 세계의 변화와 내 자리

오래된 게임들은 서서히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한때 활발했던 길드도 이제는 길드장을 포함해 한 달 넘게 접속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규모 업데이트나 이벤트를 해도 예전만큼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같은 모태 게이머들은 여전히 그 세계에 머물러 있다. 누군가는 농담처럼 “자녀 1인 출산시 10000억 게임 재화, 2명 30000억 일시불 지급”같은 이벤트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웃픈 농담이지만, 이제 게임 세계도 인구 절벽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

게임길드 퀘스트 픽셀아트 오프라인 일러스트 한산한 게임세계

유미아의 아틀리에 같은 게임이 나에게 위안이 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목표가 분명하고, 성취감이 즉각적으로 주어진다. 현실에서 느끼기 힘든 진전과 성취를 게임에서 대리만족하는 것이다.

킹덤컴2 같은 고난이도 게임은 현실의 어려움을 게임에서까지 겪게 한다. 사실 나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방황하고 있다. 그래서 게임에서만큼은 명확한 목표와 달성 가능한 성취를 원하는 것 같다.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친구들 중 일부는 이제 결혼하고 아이도 낳아 게임을 접었다. 대부분은 새로운 게임으로 옮겨갔다. 그렇게 한때 내 일상이었던 게임 세계의 커뮤니티는 서서히 흩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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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하다 보면 좋은 장비가 필수인데, 위와 같은 헤드셋도 게임 몰입에 큰 도움이 된다. 음향 효과가 생생하게 전달되면 게임 속 세계가 더 실감나게 느껴진다.

방구석 속 작은 위안, 그리고 현실

어제는 라테일 클리커 게임을 발견했다. 클릭만 하면 돈이 쌓이는 단순한 게임인데, 어느새 초당 100억 넘는 재화를 모았다. 웃긴 건, 현실에서는 한 푼도 벌지 못하면서 게임 속에서는 부자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 모순된 상황이 내 인생을 대변하는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가상의 세계에서는 억만장자, 현실에서는 백수. 이런 아이러니가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클리커 게임 수십억 금액 지갑 텅 비어 현실 도피 30대 백수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정말 게임을 좋아해서 하는 건지, 아니면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게임에 의존하는 건지. 아마 후자에 가까울 것이다. 게임은 내게 현실을 잊게 해주는 마약 같은 존재다.

어린이날 연휴가 끝났다.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나의 일상은 변함없이 게임 속에 있다. 헛웃음이 나온다. 내게는 휴일이고 평일이고 다 똑같다.

거실에서 들려오는 TV 소리로 판단하건대, 부모님은 아침 뉴스를 보고 계신다. 아직도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죄책감도 든다.

어제 게임 정모 이야기를 들었다. 다들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부러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런 자리에 나갈 자신도, 여유도 없다. 그저 화면 속에서만 그들과 만날 뿐이다.

내일은 다를까

오늘도 유미아의 아틀리에를 플레이하며 하루를 보낼 것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노력하지 않으면 내일도, 모레도, 한 달 후도 지금과 똑같을 것이라는 생각.

어쩌면 킹덤컴2를 다시 시도해볼지도 모르겠다. 높은 난이도, 모호한 목표, 끊임없는 좌절. 그게 현실이고, 언젠가는 직면해야 할 내 삶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장은, 유미아의 아틀리에처럼 예측 가능하고 안전한 세계가 필요하다. 현실의 모든 불안과 불확실성을 잠시 잊을 수 있는 그런 공간.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위안이 있어야 언젠가 현실로 돌아갈 용기가 생길 것 같다.

오늘밤, 또다시 새벽에 담배를 피우러 나갈 것이다. 그리고 출근하는 사람들을 볼 것이다. 그때 느끼는 그 감정이 언젠가 나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길 바라며, 다시 모니터 앞에 앉는다.

게임 속 세계는 언제나 나를 반겨준다. 하지만 영원히 그곳에 머물 수는 없다는 것도 안다. 언젠가는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 그 날이 오기 전까지, 나는 이 작은 방 안에서 나만의 위안을 찾을 것이다.